농학박사정현석 칼럼

진광불휘(眞光不輝)

FM애그텍 | 2017-02-01 11: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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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광불휘(眞光不輝)참된 빛은 번쩍거리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불교선어록 종용록에 나오는 말입니다. 예로부터 진정한 빛, 즉 광명(光明)은 명암(明暗)을 초월한 빛이기 때문에 속된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흔히 진수무향 진광불휘(眞水無香 眞光不輝)라고 하는데, 참된 물은 향기가 없고 참된 빛은 반짝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노자(老子)와 공자(孔子)가 설파한 이후 대대로 선비들과 도덕군자들이 자신을 다스리는 덕목으로 삼아 마음에 지니고 깊이 되새겼다고 합니다.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 내허외식(內虛外飾)이란 말이 있습니다. 속은 비고 겉모양만 번지르르하다는 의미입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과 같은 뜻입니다.

  깊이가 없는 사람은 요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사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화(造花)는 색깔이 화려합니다. 크고 울긋불긋합니다. 특히 멀리서 보면 색깔이 더욱 화려합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고 만져보면 가짜 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무리 화려하고 요란해도 꽃을 피울 수는 없습니다. 잘린 나뭇가지 위에 화려하고 멋지게 장식을 해도 그 나무에는 생명이 없습니다.

  신문을 보면 기획 부동산이라든지 한두 번 사람들을 현혹해 상품을 팔려는 광고는 문구나 사진들이 요란합니다. 높은 수익률을 내세우고 당장 계약하고 구매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것처럼 광고합니다. 하지만 당장 투자하면 최고 수익을 보장하고 한번만 사용해도 효과가 크다고 현혹하는 것들은 결국에는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중의 왕 독수리는 요란하지 않습니다. 높은 하늘을 날면서 조용히 빙빙 돌뿐입니다. 그러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빠르고 강하게 접근합니다. 하지만 작은 참새들은 쉴 새 없이 짹짹거리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고 날아오릅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습니다. 초식동물들은 끊임없이 먹습니다. 먹는 중에도 늘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하지만 사자나 호랑이 등 육식동물들은 어쩌다 한번 먹이를 먹습니다. 먹이를 사냥하기 전에 진중합니다. 하지만 먹이를 발견하고 쫓을 때는 빠르고 맹렬한 기세로 달려듭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술을 배우고 1~2년 정도 되면 자신의 실력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납니다. 길을 가다가도 자세를 잡고 몸을 풀면서 폼을 잡습니다. 때론 발차기를 한다든지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골몰합니다.

  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1970년 중반에는 프로 복싱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홍수환, 염동균, 박종팔 선수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세계 챔피언이 되면서 복싱 붐이 일고 전국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복싱 도장에 권투를 배우려고 몰려들었습니다. 저도 그때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에 신문 배달을 마치고 저녁시간에 시내 복싱 도장에 가서 권투를 배웠습니다.

 복싱 사범은 처음 한 달간 도장 청소나 기구 정리 등을 시키면서 정작 복싱은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두 달째 접어들면서부터 줄넘기나 기본 스텝만 반복해 배웠고 3개월이 지나면서 겨우 글러브를 껴보고 샌드백을 두들겨 보았습니다. 6개월 정도 지나자 겨우 기본 동작을 익히고 기초 스텝을 연습했습니다. 바로 그 즈음에 친구들 앞에서 프로선수 흉내를 내면서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듯이 뻐기고 자랑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제대로 실력도 없는데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조지 버나드쇼는 약간의 재능이 있는 사람이 직함을 더럽히고, 어중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직함을 자랑삼고, 대단한 재능이 있는 사람은 직함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한다.” 고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초면에 명함을 건네주는데 회장 직함만 대여섯 가지가 되더군요. 하지만 직함이나 약력이 화려할수록 내공이 튼실한 사람은 드뭅니다. 옛말에 3년 배운 사람에게는 눈에 보이는 게 없지만, 배울수록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겉이 요란하고 속이 깊지 않은 사람일수록 시간만 나면 자기를 내세우고 자랑합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샘이 깊은 물은 마르지가 않지요.

 무협영화를 보더라도 진정한 무술의 경지 오른 고수는 검을 휘두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표정과 말이 없습니다. 상대와 대적해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긴장의 순간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습니다. 하수가 요란을 떨며 덤벼듭니다. 그리고 고수의 몇 차례 손놀림에 나가떨어집니다. 진정한 고수는 큰 동작이 없습니다.

 하수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자신이 아는 것을 사람들한테 광고합니다. 때론 자신을 알리는 데 목숨까지 겁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명예와 감투를 좋아합니다. 얄팍한 지식과 생각으로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특히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시키고 타인의 감정까지 자신의 감정으로 섞어버리고 단정하는 우를 범합니다. ‘다른 것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인정하지를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권력 지향적이라서 조직이나 단체 등에서 득세하게 되면 자신의 얕은 내공과 능력을 인정하고 되돌아보기보다는 자신에게는 관대한 대신 타인과 조직의 다른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며 조직을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몰고 갑니다. 이런 사람들이 최근 우리 사회에 득세하면서 기관이나 단체들의 가치관이 혼탁해지고 도덕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진정으로 깊이가 있는 사람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요란하지 않습니다. 진짜 금은 도금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광불휘!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마음을 정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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